― 마리 드 프랑스와 크레티엥 드 트루아의 작품을 중심으로
김 준 현
중세 문학작품의 특징들 가운데 주목을 끄는 것은, 일면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대조적인 양상이 혼재되어 동시에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들 가운데, '여성혐오 또는 여성비하적인 시각'과 여성의 지고무상한 지배권을 보여주는 '궁정풍 사랑'(amour courtois)의 공존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궁정풍 사랑'에는 12∼13세기 사람들이 '사랑'이라는 문제에 기울였던 관심과 고대로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개념들이 한데 뒤섞여 있다. 공통적인 특징들의 등장과 활용은 선례가 되는 작품 및 작가들과의 연계를 통해 선형성을 띤 문학전통으로 설명될 수 있으나, 이와 같은 연계선상에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의미부여가 개입되게 마련이며, 작가 자신이 이를 명확히 의도했건 아니건 간에, 시간의 흐름과 시대 정서의 변화, 그리고 각 개인의 취향의 차이가 반영된다. 요컨대 전통과 현대는 상호 공존하거나 의미의 변별성을 내보이며 저마다의 영역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본고에서는 locus amoenus라는 논거(topos)에 대한 몇몇 고찰을 통해, 유사한 주제들에서 어떠한 공통점과 차이점이 파생되었는지를 살펴보고 이를 '중세 여성의 역할과 위상'이라는 측면과 연결해 보고자 한다.
쿠르티우스(E. R. Curtius)에 의하면 문학적 관례로서의 로쿠스 아모에누스는 호메로스(Homer)에서부터 그 연원을 찾을 수 있으며, 테오크리투스(Theocritus)에 의해 발전되었고, 베르길리우스(Virgil)와 오비디우스(Ovide)에 의해 전형화되어 중세의 제반 서정시와 궁정풍 이야기, 서사시 등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고 한다. '지상낙원,' 혹은 '에덴 동산'과도 같은 이상향의 모습을 그리는 로쿠스 아모에누스의 전반적인 특징은 콘스탄티누스 시대의 작가 티베리아누스(Tibérien)의 시에서 잘 드러난다.
들판 사이로 흐르는 강은 서늘한 골짜기 아래로 굽이치고 있었다.
주변은 꽃핀 식물들로 치장되어 있었고, 반짝이는 자갈들에 둘러싸여 환하게 미소지으며,
도금양 가지들 가까이에서 짙은 색조의 월계수가 강물 위에서 물결치 고 있었고,
미풍의 속삭임과 어루만짐에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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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소리와 향기로 가득찬 아름다운 작은 숲을 지나는 방랑자에게,
새들과 강물, 미풍과 숲, 꽃들과 녹음은 황홀함을 가져다주었다.
Through the fields there went a river; down the airy glen it wound,
Smiling mid its radiant pebbles, decked with flowery plants around.
Dark-hued laurels waved above it close by myrtle greeneries,
Gently swaying to the whispers and caresses of the bree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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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a wanderer through the coppice, fair and filled with song and scent,
Bird and river, breeze and woodland, flower and shade brought ravishment.
(Curtius, European Literature 196-97에서 재인용. 필자 강조)
이러한 풍경은 마티외 드 방돔므(Mathieu de Vendôme)가 환기시키는 것과 동일한 "감미로운 꽃향기, 푸른 풀밭, 숲의 무성한 나무들, 풍성한 과실들, 노래하는 새들, 웅얼거리는 시냇물, 봄철의 미풍"을 길게 늘여 쓴 것이며, 현실 세계에 존재한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이상적인 낙원의 모습을 '인상주의' 화가의 기법처럼 제시한다 (Smith 227).
전원의 풍경을 그린 목가적 분위기의 이상향은 처음에는 간략하게 사용되는 경향이 있었다. 시인이나 웅변가, 역사가들의 경우, 사건의 무대가 되는 곳의 특징을 기술하기 위해 실제적이거나 혹은 가상의 장식을 가하곤 하였고, 이와 같은 기법은 중세의 서사시에서도 많이 사용되었다. 허구적 장소이건 실제 장소이건 간에, 자신의 작품에 사실성을 부여하는 데 목적을 두었기 때문에, 서사시 작가들이 부여한 지리학, 지정학적인 명확성은 단순하고 간략했다. 일례로 최초의 무훈시(chanson de geste)이자 가장 유명한 무훈시이기도 한 {롤랑의 노래}(Chanson de Roland)의 경우, '나무들'과 '언덕'은 전투와 죽음의 장면에 이용되며, 중요한 일을 결정하기 위한 군신(君臣)간의 논의나 회견 또한 대개는 '정원'(verger)으로 간략히 묘사되는 장소에서 벌어진다. 작품의 시작에서 이교도의 수장 마르실르(Marsile) 왕은 2만여 명의 신하를 거느리고 녹음이 우거진 정원의 푸른 대리석좌 위에 자리잡고 있으며, 마르실르 왕의 사자를 접견하는 샤를르마뉴(Charlemagne) 역시 롤랑(Roland)과 올리비에(Olivier) 등의 신하와 함께 커다란 정원에 머무르는 것으로 묘사된다. 사신으로 온 블랑캉드렝(Blancandrin)의 전언에 대해 수하의 제장들과 논의를 하는 곳 역시 정원의 소나무 아래이며, 이교도들의 전투회의 역시 목가적인 풍경에서 이루어진다.
그들은 진영 한복판에 있는 월계수 나무 아래
푸른 풀밭에 흰 비단천을 깔고
그곳에 상아로 만든 옥좌를 두었다.
서사시나 무훈시의 경우, 한 그루의 나무, 단순한 정원, 언덕이나 계곡이 사건의 배경이 되는 무대를 기술하기에 충분했고, 이러한 배경묘사의 간략함은 {롤랑의 노래}에서 제시되는 여성의 묘사와도 부합되는 면모를 보인다. 롤랑과 결혼을 약속했던 오드(Aude)는 시절 268-269에 처음으로 등장했다가 샤를르마뉴로부터 롤랑의 죽음을 전해듣고 돌연 죽음을 맞이하며, 이후 그녀에 대한 언급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이렇듯 간명한 묘사에는 {롤랑의 노래}의 작가가 주의를 기울여 길게 서술하는 장면이 이른바 남성적인 것이라 칭할 수 있는 군신간의 논의와 전투장면들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과 무훈시 자체의 특성이 부분적인 원인이 된다고 본다.
티베리아누스의 시에서와 같은 로쿠스 아모에누스는 12∼13세기의 작품들에 자주 등장하며, 13세기 우의문학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장미 이야기}(Roman de la Rose)는 그 대표적인 예이다. 40여 년의 시간적 차이를 두고 두 사람의 저자에 의해 씌어진 {장미 이야기}의 '전반부'에서 기욤므 드 로리스(Guillaume de Lorris)는 꿈속에서 주인공이 강가를 거닐다 들어가게 되는 신비한 정원의 모습을 1320행에서 1408행에 걸쳐 길게 이야기한다 (Guillaume de Lorris, Roman 106-111; Romance 48-49). 크게 보아 'springs, plantations, gardens, soft breezes, flowers, and bird-voices'의 6가지 특징적 요소로 묘사된 로쿠스 아모에누스는 {장미 이야기} 이후의 여러 작품들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자로 정확히 잰 듯한 정사각형의 정원, 사과나무, 호두나무, 편도나무, 무화과나무, 대추야자나무, 월계수, 소나무, 느릅나무, 소사나무, 개안나무, 사시나무" 등 온갖 종류의 나무들이 일정한 길이로 심어져 있으며, "석류, 육두구(肉荳埼), 봉야술, 아니스, 육계(肉桂), 마르멜로, 복숭아, 자두, 버찌, 개암" 등의 열매가 풍성한 곳, 우거진 녹음과 사슴, 노루, 토끼 등의 온순한 동물들이 뛰노는 장소, 맑은 샘들과 그 주변의 싱그럽고 부드러운 풀밭, 사시사철 항상 갖가지 색깔의 꽃들이 만발한 이 신비한 정원은 정확한 위치와 실체를 알 수 없는 낙원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주목을 끈다.
'전형적인 특징을 갖춘 신비의 이상향'이라는 점에서 로쿠스 아모에누스는 궁정풍 이야기의 여주인공들과 관련성을 맺게 된다. 자연의 묘사에 있어, 그 실체를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이상적인 장소를 만든다는 점은 대부분의 기사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에 대한 묘사가 직접적이거나 세부적인 묘사가 아닌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점과 긴밀히 연계될 수 있다 (Ferrante 1). 묘사되는 여성들은 초월적인 미의 화신으로, 모든 훌륭한 장점들을 구비하고 있으며 시인이나 연인들로부터 숭앙받는 이상적인 존재이지만, 살과 피로 이루어진 실제적인 여인이기보다는 관념상의 미의 전형으로 제시되며, 시인이나 연인들의 상상을 통해 구현된 추상적 여성상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이들 주인공들은 서로 쉽게 구별되지 않는다 (Ferrante 66-69).
마리 드 프랑스(Marie de France)의 {기주마르}(Guigemar)에서 볼 수 있는 "고귀한 혈통을 타고난, 상냥하고 아름다우며 현명한 여인"(a woman of high lineage,/ noble, courteous, beautiful, intelligent [211-12행]) 혹은 {에퀴탕}(Equitan)에 나오는 "훌륭한 집안 출신으로 매혹적인 모습을 갖춘 아름다운 여인"(a beautiful woman/ of fine breeding,/ with an attractive form and figure [31-37행]), {프렌느}(Le Fresne)에 나오는 "아름답고 교양있으며, 현명하고 세련된, 잘 교육받은"(beautiful and cultivated,/ wise, refined, and well educated [253-54행]) 여인의 모습은 {랑발}(Lanval)에서 그려지는 "한여름의 장미와 젊은 백합"(the lily and the young rose/ when they appear in the summer [94-95행])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의 용모에 대한 다음과 같은 묘사의 변주일 뿐이다.
빛나는 눈, 해맑은 안색,
아름다운 입, 더할 나위 없는 코,
짙은 갈색 눈썹과 아름다운 이마,
곱슬거리는 금발머리,
황금실이라 해도, 햇살에 비친
그녀의 머리카락만큼 빛나지는 못하리라.
Her eyes bright, her face white,
a beautiful mouth, a well-set nose,
dark eyebrows and an elegant forehead,
her hair curly and rather blond;
golden wire does not shine
like her hair in the light. (563-70행)
마리 드 프랑스의 작품에서 여인들은 저마다 아름답고 섬세하며 너그럽고 우아한 모습으로 묘사되며, 크레티엥 드 트루아(Chrétien de Troyes)의 작품에서도 여인들의 모습은 유사하게 그려진다. {사자의 기사}(The Knight with the Lion)에서 "인간이 본 적 있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 중 한 명" (a lady, one of the most beautiful a mortal has ever seen [270])으로 그려지는 로딘(Laudine)의 모습은 사랑의 신조차 그녀의 시종이 되고자 할 정도로 아름답고 매혹적인 열여섯 살을 넘지 않은 여인으로 묘사되는 '지극히 위험한 모험의 성'(Castle of Most Ill Adventure)의 정원에서 책을 읽는 여인의 모습 (Not more than sixteen, she was so beautiful and charming that the god of Love, had he seen her, would have become her servant and caused her never to love anyone but him [321])과 쉽게 구별되지 않으며, 칼로그르낭(Calogrenant)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여인의 모습 역시 동일한 양상을 보인다. 요컨대, 이상화된 여인의 모습은 로쿠스 아모에누스의 전형성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며, 정적인 그림처럼 제시된다.
"세상은 신에 의해 씌어진 한 권의 책" (Poirion 12)이라고 믿었던 12∼13세기의 사람들에게 있어, 은유와 의인화, 나아가 '우의' (allégorie)의 사용이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는 점은 중세의 기사 이야기에 나타나는 공간적 장치들, 즉 도처에 편재하는 숲들과 주인공(대개의 경우 기사)이 발견하는 더없이 아름다운 장소가 갖는 상징성을 잘 보여준다. 중세의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숲'의 여러 의미들을 살펴보면, 많은 경우 숲은 '개화되고 문명화된 삶의 반대'로 제시되며, 이러한 양상을 잘 드러내주는 예로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이야기를 들 수 있다. '모루아(Morrois) 일화'에서 숲은 세상을 버리고 은둔한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삶을 연명하는 장소로 그려지며, 마리 드 프랑스의 작품 {늑대인간}(Bisclavret)에 나오는 숲 역시 이와 비슷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나무랄 것 없이 고귀하게 처신하고, 주군의 총애와 타인의 칭송을 받던 훌륭한 기사 (A nobleman/ whom I've heard marvelously praised;/ a fine, handsome knight/ who behaved nobly [15-18행]) 비스클라브레는, 미치광이가 되어 숲에서 야만적인 생활을 하는 사자의 기사 이벵(Yvain)처럼(In the woods he lay in wait for animals, then slew them and ate their flesh raw [291]), 인간의 옷을 벗고 울창한 숲 속에 틀어박혀 들짐승을 잡아먹으며 야수의 삶을 누린다 (My dear, I become a werewolf:/ I go off into the great forest, and I live on the prey I hunt down [63-66행]). 또 숲은 어둡고 불길한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수레를 탄 기사}에서 멜레아강(Méléagant)이 왕비 그니에브르(Guenièvre)를 납치하는 곳 역시 숲이며, 이러한 숲은 {사자의 기사}의 시작 부분에서는 길을 잃게 만드는 일종의 미궁처럼 묘사된다.
근처에서 당신을 그곳으로 인도해 줄 길을 곧 찾게 될 것입니다. 시간을 허비하길 원치 않는다면, 곧장 앞으로 나아가시오. 그렇지 않다면 곧 길을 잃게 될 것입니다. 다른 길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Near here you will immediately find a path to take you there. If you dont want to lose time, go straight ahead; otherwise you could quickly go astray, for there are many other paths (261).
물론 숲의 이미지가 야성과 비문명화만으로 특징지어지는 것은 아니다. 숲은 트리스탄과 같은 추방자들, 행복과 안정된 삶을 위협받는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은신처가 되기도 하며 (Maintenant, Tristan est tout autant en sécurité que s'il se trouvait dans un château entouré de murailles. [80-81]), {늑대인간}(Bisclavret)의 기사가 늑대로 변하는 것처럼 육체적이건 정신적인 것이든 간에 모든 변신을 가능하게 해주는 마법의 장소이기도 하다. 또 {인동덩굴}(Chevrefoil)의 경우처럼 사랑하는 두 연인의 재회를 가능하게 해주는 무대가 되기도 한다 (in the woods she found him/ whom she loved more than any living thing./ They took great joy in each other [92-94행]).
그러나 숲이 갖는 가장 특징적인 상징성은 마리 드 프랑스의 {기주마르}(Guigemar)에서 잘 드러난다. 사냥을 나간 주인공이 '흰 사슴'을 발견하고, 이로 인해 신비스런 모험과 시련을 겪으며, 마침내 사랑을 찾게되는 일련의 주요 사건들의 무대가 모두 숲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다. 특히 흰 사슴이 기주마르에게 한 말, 즉 "어느 여인이 그대를 치료해주기 전까지는/ 어떠한 약초나 식물의 뿌리,/ 어떠한 의사나 약이라 할지라도/ 그대의 대퇴부 상처를/ 치료할 수 없으리" (Neither herb nor root,/ neither physician nor potion,/ will cure you/ of that wound in your thigh,/ until a woman heals you [110-14행])라는 예언은 '고통과 시련의 시작과 끝'을 예고하는 숲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숲에서 펼쳐지는 기사들의 편력은 즉각적으로 어떤 만남을 초래하며, 이 만남에는 놀라운 일들과 무시무시한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예컨대 {사자의 기사}에서 칼로그르낭(Calogrenant)은 숲 속에서 흉측한 모습의 인물을 만나 (A churl, who looked like a Moor, was sitting on a stump with a large club in his hand [260]) 신비의 샘으로 가는 길을 전해 들으며, 기주마르(Guigemar) 역시 숲을 지난 후 상처입은 자신을 미지의 세계로 인도할 신비한 배를 발견한다 (145-54행). 한편 왕비를 구하러 떠난 랑슬로가 자신의 물음에 대한 답변 대신 무조건 수레에 올라타면 왕비의 행방을 알게 될 것이라고 하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하는 난쟁이를 만난 것 역시 숲 속에서이다 (The miserable dwarf, ill-born and ill-bred, would give no information, but replied: "If you want to climb into the cart I am driving, you will learn by tomorrow what has happened to the queen." [174]). 이벵 또한 생각에 잠겨 깊은 숲을 지나다 기이한 싸움 장면을 목격하고 여행의 동반자가 될 사자를 구하게 된다.
생각에 잠겨 깊은 숲을 지날 때, 이벵 경(卿)은 나무들 사이에서 크고 고통스런 울음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그는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빈터에 이르렀을 때, 그는 사자와 뱀을 보았는데, 뱀은 꼬리로 사자를 감고 사자의 허리에 이글거리는 불길을 내뿜고 있었다. 이벵 경은 이 기이한 광경을 오래 관망하지 않았다. 둘 중 어느 쪽을 도울지에 생각이 미치자, 지체없이 사자를 돕기로 결심했는데, 뱀은 독이 있고 교활하여 해를 입어 마땅했기 때문이었다.
Absorbed in his thoughts, Sir Yvain was riding through a deep forest when he heard a loud cry of pain from the trees. He turned in the direction of the cry. When he reached a clearing, he saw a lion and a serpent, which was holding the lion by the tail and scorching his haunches with burning fire. Sir Yvain spent little time looking at this strange sight. When he considered which of the two he would help, he decided to go to aid the lion, because a serpent with its venom and treachery deserved nothing but harm (296-97).
기사들의 모험은 달리 말하자면 초월해야 할 필연적 시련으로서의 '위험의 추구'이며, 이 위험을 극복해야만 차후의 영광을 약속받을 수 있다. 신비한 샘의 기사를 죽임으로써, 이벵은 로딘이라는 여인을 만나게 되고, 그녀에 대한 사랑에 몸이 달아오른다. 로딘의 남편을 살해한 이벵이 그녀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의 결실인 로딘과의 결혼 모두가 이벵이 극복해야 하는 시련에 속하며,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벵이 로딘을 되찾기 위해 겪어야 하는 모험들 역시 차후의 영광과 행복을 위한 도정의 성격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모험과 이상화된 여인, 로쿠스 아모에누스의 모티프는 '차별화' 기재라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갖는다. 사실상 평범한 이들에게는 모험이나 신비가 뒤따르지 않으며, 예외적인 발견과 놀라움은 특별한 인물들에게만 차별적으로 부과된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여인의 사랑이 용맹하고 비길 데 없이 뛰어난 단 한 사람에게만 허용되는 것처럼, 신비하고 아름다운 정원 역시 모든 사람들을 위해 열려진 곳이 아니다. {장미 이야기}의 정원이 외부 세계와 높은 벽으로 차단되어 작고 좁은 쪽문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듯, 아름다운 낙원에 발을 내딛기 전에 기사들(보다 넓게 지칭한다면 남성 주인공들)은 대개의 경우 야성의 '숲'으로 제시된 곳을 지나쳐야 한다. 이렇게 볼 때 모험은 일상적인 삶과 기존의 세계로부터 이상적이고 우월적인 세계로의 이행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 도정에는 '야성의 숲'과 '아름답고 신비한 이상향'(locus amoenus)이 필요한 것이다.
기사들의 모험은 {요넥}(Yonec)에서 볼 수 있듯이, 불행한 여성들의 간절한 바람에 부응하는 것으로 그려지며, 슬픔과 고통을 맛보는 여인들에게 위안과 행복을 주는 '해방자의 손길'로 제시된다.
나는 흔히들 말하는 것을 들었다
예전에 이 나라에서는
[신비로운] 모험들이
불행한 이들에게 기쁨을 안겨 주었다고.
I've often heard
that one could once find
adventures in this land
that brought relief to the unhappy (91-94행).
{기주마르}(Guigemar)의 여주인공은 높고 두터운 푸른 대리석 벽으로 둘러싸인 탑에 갇혀 있으며 (The grove beneath the tower/ was closed all around/ with walls of green marble,/ very high and thick. [219-22행]), {요넥}(Yonec)의 여주인공 역시 탑에 감금되어 슬픔의 나날을 보낸다 (He locked her inside his tower/ in a great paved chamber. [27-28행]). 이들에게는 이중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마침내 자신들을 슬픔과 쓰라림에서 해방시켜 줄 구원자로서의 남성 기사들이 필요하며, {사자의 기사}에서 웅장한 성의 아름다운 정원에서 평온하게 머무는 것처럼 묘사된 사람들 또한 실은 끔찍한 불행을 안고 생활하는 고통의 노예들로 구원의 손길을 기다린다. 이러한 관점에서 크레티엥 드 트루아의 작품 {수레를 탄 기사}(The knight of the cart)의 도입 부분은 특별한 관심을 끈다.
나의 귀부인 마리 드 샹파뉴께서 내가 이야기를 짓기를 바라시니, 나는 아주 기꺼이 그 일을 맡으렵니다. 그녀를 위해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행함에 있어, 일말의 아첨 없이, 전적으로 그녀에게 헌신하는 사람으로서.
Since my lady of Champagne wills me to undertake the making of a romance, I shall undertake it with freat goodwill, as one so wholly devoted that he will do anything in the world for her without any intention of flattery (170).
지고한 여성의 명을 받들어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는 작가의 언급에서 나타나는 귀부인의 드높은 위상은 {사자의 기사}의 도입 부분에서 고통스러운 자신의 실패담을 왕비의 기쁨을 위해 기꺼이 들려 주겠노라는 칼로그르낭의 말 (Lady, what you tell me to do is very painful indeed. I would rather have one of my teeth pulled out than tell them any more of my story today, were I not afraid of angering you. But I shall do your pleasure however much it displeases me [259])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또 왕비를 구하기 위해 죄수를 호송하는 데 쓰이던 수레에 결연히 올라타며 (The knight leapt up without concern for the disgrace because this was Love's will and command [174]), 왕비의 빗에서 얻은 몇 올의 머리카락을 그 무엇보다도 소중히 간직하는 랑슬로의 모습 또한 그 증거가 된다 (He first pulled out the strands of hair so carefully that not one was damaged... Between his shirt and his skin he placed them on his breast, next to his heart [188]).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작품 전반에 걸쳐 제시되는 여성의 모습은 남성의 폭력 앞에 무기력하다.
첫 번째 방에 들어갔을 때, 그는 젊은 여인이 큰소리로 외치는 것을 들었는데, 그녀는 바로 그가 잠자리를 같이해야만 하는 여인이었다. 그때 그는 방문이 열린 채 있는 다른 방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그리로 향했고, 자신의 정면에서, 어떤 기사에 의해 침대를 가로질러 쓰러뜨려져 옷이 마구 벗겨진 여인을 보게 되었다.
In the first room he entered he heard a young lady screaming, and it was the very person with whom he was supposed to lie. He then noticed the door to another room open. Going in that direction, he saw straight ahead of him a knight who had thrown the lady down and held her completely disrobed across the bed (183).
여성은 또 자신의 주체성을 상실한 장식품이나 부상(prize)에 불과한 존재로 그려지기도 한다.
"이제 그대는 우리의 영주이며 지배자이십니다"라고 그들[왕과 왕비]은 말했다. "또 저희 딸을 당신의 아내로 드리오니, 저희 딸은 당신의 여인입니다."
"나는 그녀를 당신들에게 되돌려 드립니다."라고 그는 대답했다. "원하는 자가 그녀를 갖도록 하십시오. 나는 원치 않습니다."
"Now you shall be our lord and master," they announced. "And our daughter will be your lady, for we shall present her to you as your wife."
"And as for me, I give her back to you," he replied. "Let the man who desires her have her; I care not." (325)
뿐만 아니라 여성은 정복해야 되는 대상임과 동시에 넘어서야 할 존재의 면모를 보이곤 한다. 여성의 지고무상함은 외관상에 그칠 뿐이며, 실질적으로는 대상에 불과한 여성의 입장은 "보호하고 있던 기사를 물리치면 아무런 비난이나 수치도 없이 원하는 대로 여성을 가질 수 있다"는 로그르(Logres)의 풍습에서 다시 한 번 극명하게 표현된다.
경(卿)이여, 그녀는 말했다. 선대 이래로 로그르 왕국에서 지켜지고 있는 관습과 관례에 따라 당신이 저를 수행하고 인도해 주신다면, 당신과 함께 노정의 상당 부분을 같이하고자 합니다. 그 당시, 이 관례와 권리는 다음과 같았다. 시녀이든 귀부인이든 간에 홀로 가는 여인을 기사가 만났을 때, 훌륭한 평판을 얻고자 한다면, 모든 기사는 그녀에 대해 예의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느니 차라리 자신의 목이 베이는 편을 택해야 했다. 만일 그가 여인을 겁탈한다면 그는 영원히 또 모든 궁정에서 치욕스런 오명에 빠지게 될 터였다. 그러나 그녀가 어느 기사의 보호하에 있었을 때, 여인을 얻기 위해 동행하는 이와 싸우고자 하는 다른 기사가 무장 결투에서 승리한다면, 어떠한 수치나 비난도 받지 않고, 여인에 대해 그가 원하는대로 행할 수 있었다.
Sir, she said, I would like to accompany you quite a way along the route if you agree to escort and conduct me according to the manners and customs observed in the kingdom of Logres since before our time. In those days the practices and liberties were such that if a knight came upon a girl be she lady or maid-in-waiting he would no more treat her with dishonner than cut his own throat should a noble reputation concern him. If he assaulted her, he would be held in disgrace always and at every court. But if she was under the escort of one knight, another, anxious to fight for her and successful in winning her in armed combat, might do with her as he pleased without receiving censure or shame (186).
크루거(R. L. Krueger)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풍습은 이름 모를 여인이 랑슬로의 관심을 확보하는 수단이며, 3인칭으로 기술되는 이 설명은 외관상 여인을 보호하는 시스템이 결국 기사의 명예로 귀착됨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러한 시스템은 여인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여인의 가치를 기사의 성적 소유물(sexual possession)이나 부상(prize)으로 만드는 것이며, 여성은 기사도의 명예체계 안에서 남성들에 의해 처리되는 교환대상에 지나지 않게 된다. 결국 여성을 위협하는 강탈, 남성의 폭력적 위협은 여성에 대한 기사의 보호를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만들며, 남성의 위협에 대해 여성은 저항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Krueger 40).
여성에 대한 상반되는 두 가지의 견해(위험스럽고 부정적인 모습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기독교적 관점과 남성의 새로운 탄생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미덕을 갖춘 이상적인 모습)에서, 후자의 경우는 주변화되고 무기력한 여성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여인의 사랑이 남성 주인공에게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해주며, 이러한 사랑을 통해 기사가 자신의 미덕을 고양시킨다는 점은 남성 지배 이데올로기의 특징을 극명히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랑을 통해 기사가 이른바 자신의 '완전화', 모든 잠재능력의 극대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여성은 목적임과 동시에 매개물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남성의 성숙과 도야를 통해서만이 여성의 미덕 또한 높아진다는 측면에서 볼 때 기저에 깔린 주안점은 여성의 지위와 역할을 중시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남성 주인공에 대한 의미부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벵의 경우, 로딘을 탑에서 바라봄으로써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이러한 사랑의 특징은 여성과 고대 신화의 '바실리스크'(basilisk)를 연계시키기도 한다. 보기만 해도 그 자리에서 즉사하는 이 무시무시한 전설상의 동물을 떠올리게 하는 '여인을 바라봄으로써 얻는 사랑의 상처' 그리고 이어지는 상처의 극복과 사랑의 획득은 '궁정풍 사랑'으로 미화된 이면의 심층에 잠재되어 있는 남성지배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특징일지도 모른다.
기사로서 수치스럽고 형편없는 행동을 강요하는 왕비의 명 ("Go, young lady, and mount your palfrey," she said. "I send you to the same knight you met yesterday. Look for him until you find him. Delay on no account. Once again tell him still to act in this manner, to do his worst." [241])에 복종하는 랑슬로의 모습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은 동일하게 설명될 수 있다. 자신을 찾기 위해 그토록 오랫동안 많은 역경을 거친 기사 랑슬로에 대한 왕비의 거부는 연인의 완전한 헌신을 요구하는 '궁정풍 사랑'의 절정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그녀의 침묵과 분노는 새로운 남성욕망의 도래를 위한 장치로 사용되기도 한다. 여왕의 거부와 냉담함은 랑슬로의 철저한 헌신을 강요하는 듯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그의 정념을 다시 불태우는 일시적 내부 장애물에 지나지 않으며, 남성이 여성에 대한 욕망을 품는 데 필요한 허구가 된다 (Krueger 60-61).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모험'의 출발점인 숲을 지나는 도중 혹은 통과한 후 기사는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곳을 발견하게 된다. 일종의 통과의례와도 같은 이러한 횡단에서 그들은 풍경과 여성이라는 이중의 아름다움과 마주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상향의 묘사는 그 자체로서의 의미를 지닌다기보다는 앞으로 전개될 기사의 영웅적 모험과 업적, 영광의 준비무대일 뿐이다. 이러한 이상향의 발견은 또 다른 시련과 고통을 겪어야만 성취될 수 있는 것이며, 로쿠스 아모에누스와 아름다운 여인은 본격적인 이야기의 탄생을 양산하는 모태임과 동시에 최종적인 귀결점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상적인 풍경인 로쿠스 아모에누스는 일면 부수어야만 하는 감옥과도 같은 속성을 지닐 수밖에 없으며, 기사, 혹은 남성 주인공의 구원의 손길을 통해서만이 진정한 아름다움과 평화를 간직한 본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획득할 수 있다. 남성은 미지의 세계, 이상향과의 조우를 통해 여인의 사랑을 영원히 소유하게 되며, 모험을 통해 스스로의 '완전한 도야'를 이루게 된다. 중세 작품들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야성의 숲'과 '아름다운 장소', '아름다운 여인'은 낙원의 발견자이자 수호자로서의 남성 주인공들을 위한 장식이자 배경이라는 점에서 이해될 수 있으며, 작품 속에서의 남성 주인공에 대한 집약적인 초점부여를 통해, 우리는 배경이 되는 풍경처럼 처리된 여성의 주변화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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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stract
Woman as locus amoenus
Junhyun Kim
The role of woman in medieval literature can be compared with that of locus amoenus, a well-known topos of the medieval lyric. Descriptions of the locus amoenus, or pleasant place, are abundantly found in medieval French courtly literature: among them are idyllic settings in Marie de France and Chrétien de Troyes and the magnificent garden in The Romance of the Rose. Resemblance between this locus amoenus and the heroine of courtly literature is truly remarkable. As the locus amoenus is not a faithful representation of real landscape, the lady loved by the knightly hero is seldom presented as a living person with flesh and blood. In addition, as the locus is an ideal place resembling the Garden or Eden, the lady is an idealized and idolized woman comparable to Virgin Mary. Moreover, as the locus is characterized by permanent elements such as gardens, soft breezes, flowers, and singing birds, the lady is portrayed as young, beautiful, kind, gracious, and gentle. In many courtly poems, the forest functions as a converging point of these two topoi: the wandering knight encounters both a lovely place and a beautiful lady in a wild forest. The repercussion of their rendezvous, however, is not far reaching. The locus merely sets the stage for the adventures for the male hero. So is the lady who is considered part of the landscape and thus, despite her semi-divine stature, doomed to a marginalized position.
◈ 국문요약
'로쿠스 아모에누스'로서의 여성
김 준 현
중세의 문학 작품들에 묘사된 여성의 모습은 중세 서정시의 잘 알려진 논거인 로쿠스 아모에누스와 비교·검토될 수 있다.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이상향을 노래하는 로쿠스 아모에누스가 자연을 실체 그대로 충실히 묘사하는 것이 아니듯, 기사나 시인에 의해 숭앙받는 여주인공 역시 이상적이고 추상적인 전형으로 제시되고, 저마다 특징적인 요소들을 통해 구현된다는 점에서 여주인공과 로쿠스 아모에누스는 연관성을 갖는다. 또 여주인공과 로쿠스 아모에누스의 연결점이 되는 야성의 '숲'을 거쳐, 방황하는 기사는 아름다운 여인과 낙원을 발견하게 되며, 이러한 만남을 통해 그는 '해방과 도야'를 이루게 해주는 '모험'을 추구하게 된다. 요컨대 이상향은 남성 주인공의 모험을 준비하는 무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며, 여성은 낙원의 발견자이자 수호자로서의 기사를 위한 배경으로 밀려나게 된다. 남성 주인공에게 집약되는 초점부여와 그가 숲, 여성, 이상향과 맺는 관계의 분석을 통해 '여성의 주변화'가 드러나게 될 것이다.